교리 교육 시리즈 – 희년 2025: ‘우리의 희망이신 예수 그리스도’
2. 예수님의 생애 – 비유 말씀들 (6): 씨 뿌리는 사람 – “예수님께서 그들에게 많은 것을 비유로 말씀해 주셨다.”(마태 13,3)
사랑하는 형제자매 여러분,
저의 첫 일반 알현에 여러분을 맞이하게 되어 기쁘게 생각합니다. 오늘 저는 프란치스코 교황님께서 시작하신 희년 교리 교육 시리즈, “우리의 희망이신 예수 그리스도”이라는 주제를 이어가고자 합니다.
오늘 예수님의 비유에 대한 묵상을 계속합시다. 이 비유들은 하느님께서 역사 안에서 어떻게 일하시는지를 보여 주며, 그분 안에서 희망을 되찾을 수 있도록 우리를 이끌어 줍니다. 그 가운데 오늘은 조금 특별한 하나의 비유에 주목하고자 합니다. 이는 다른 모든 비유들에 대한 서문과도 같은 비유입니다. ‘씨 뿌리는 사람’의 비유를 말하는 것입니다(마태 13,1-17 참조). 어떤 의미에서, 우리는 이 이야기 안에서 예수님의 소통 방식을 엿볼 수 있으며, 이는 오늘날 복음을 선포하는 데에도 큰 가르침을 줍니다.
예수님의 각 비유는 일상의 이야기에서 출발하지만, 단지 그에 머물지 않고 더 깊은 의미를 지니고 있습니다. 비유는 우리 안에 질문을 일으키고, 겉모습 너머를 바라보도록 초대합니다. 우리는 이야기 속에서 이렇게 물을 수 있습니다. ‘나는 이 이야기에서 어디쯤에 있을까? 이 이야기가 내 삶에 어떤 말을 걸어오는 걸까?’ 사실 ‘비유’라는 말은 그리스어 paraballein에서 왔는데, 이는 ‘앞으로 던지다’라는 뜻입니다. 곧 비유는 우리 앞에 어떤 말씀을 던져주며, 우리로 하여금 그 말씀 안에서 자신을 돌아보게 합니다.
씨 뿌리는 사람의 비유는 하느님의 말씀이 지닌 역동성과 그것이 낳는 결과에 대해 말해 줍니다. 복음의 한마디 말씀은 우리 삶이라는 밭에 뿌려지는 씨앗과도 같습니다. 예수님께서는 다양한 의미로 ‘씨앗’의 이미지를 자주 사용하십니다. 마태오 복음 13장에서 씨 뿌리는 사람의 비유는, 밭에서 벌어지는 일을 다룬 짧은 여러 비유들—밀과 가라지, 겨자씨, 밭에 숨겨진 보물 등—을 도입합니다. 그렇다면 이 ‘밭’은 무엇입니까? 우리의 마음일 수 있고, 세상일 수도 있으며, 공동체이자 교회이기도 합니다. 하느님의 말씀은 모든 현실을 기름지게 하고, 움직이며, 변화시킵니다.
처음에 우리는 예수님께서 집에서 나오시자, 그분을 중심으로 큰 군중이 모여드는 장면을 봅니다(마태 13,1 참조). 예수님의 말씀은 사람들을 매료시키고, 호기심을 불러일으킵니다. 그 안에는 다양한 처지에 있는 이들이 함께 모여 있습니다. 예수님의 말씀은 모두를 위한 것이지만, 각 사람 안에서 서로 다르게 작용합니다. 이러한 상황은 비유의 의미를 더 잘 이해하도록 도와줍니다.
씨 뿌리는 사람은 어딘가 독특한 인물입니다. 그는 씨앗이 어디에 떨어지는지에 큰 신경을 쓰지 않고, 씨를 뿌립니다. 길 위에도, 돌밭에도, 가시덤불 사이에도 뿌립니다. 이러한 태도는 듣는 이로 하여금 놀라게 하고 질문하게 만듭니다. “왜 저렇게 하는가?”
우리는 무언가를 할 때 흔히 계산하고 따지며 행동합니다. 때로는 그것이 필요하기도 합니다. 그러나 사랑의 영역에서는 그렇지 않습니다. 이 아낌없이 씨를 뿌리는 농부의 모습은 하느님께서 우리를 사랑하시는 방식을 보여 주는 이미지입니다. 물론 씨앗이 자라서 열매를 맺는지는 그 씨앗이 떨어진 땅의 상태에도 달려 있지만, 이 비유에서 예수님께서 강조하시는 바는, 하느님께서 당신의 말씀을 모든 땅, 곧 우리의 어떤 상황 안에도 뿌려 주신다는 사실입니다. 어떤 때 우리는 마음이 산만하고 피상적이고, 어떤 때는 쉽게 들뜨고 흥분합니다. 또 어떤 때는 삶의 걱정에 눌려 있습니다. 하지만 또한 어떤 순간에는 마음이 열려 있고 준비되어 있을 때도 있습니다. 하느님께서는 우리를 신뢰하시며, 언젠가는 그 씨앗이 열매 맺기를 희망하십니다. 하느님께서는 우리가 더 나은 밭이 되기를 기다리시는 것이 아니라, 언제나 아낌없이 당신의 말씀을 주십니다. 아마도 하느님께서 우리를 먼저 믿어 주시는 모습을 보며, 우리 안에도 더 나은 밭이 되고자 하는 바람이 자라날 수 있을 것입니다. 바로 이것이 희망입니다. 하느님의 아낌없는 사랑과 자비라는 반석 위에 세워진 희망입니다.
예수님께서 씨앗이 어떻게 열매를 맺는지를 말씀하실 때, 사실은 당신 자신의 삶을 말씀하고 계신 것입니다. 예수님께서는 말씀 그 자체이시며, 곧 씨앗이십니다. 그리고 씨앗은 열매를 맺기 위해 죽어야 합니다. 이 비유는 우리에게 이렇게 말합니다. 하느님께서는 우리를 위해 당신 자신을 “낭비”할 준비가 되어 계시며, 예수님께서는 우리의 삶을 변화시키기 위해 기꺼이 당신 생명을 내어주셨습니다.
저는 이 비유를 떠올릴 때, 빈센트 반 고흐의 아름다운 그림 하나가 생각납니다. 제목은 「The sower at sunset」입니다. 작열하는 태양 아래서 씨를 뿌리는 농부의 모습은 농부가 겪는 고된 수고를 보여 줍니다. 제게 특히 인상적인 것은, 농부의 뒤편에 이미 무르익은 밀밭이 그려져 있다는 점입니다. 마치 ‘어떻게 그렇게 되었는지는 몰라도 씨앗이 열매를 맺었다’는 희망의 이미지처럼 보입니다. 그러나 그 장면의 중심에는 농부가 아닌, 태양이 있습니다. 그 거대한 태양이 그림 전체를 지배합니다. 이는 하느님께서 역사 안에서 움직이시는 분이심을 상기시키려는 듯합니다. 때때로 우리는 하느님께서 멀리 계신다고 느낄 수 있지만, 바로 그분께서 땅을 덥히고 씨앗을 자라게 하시는 분이십니다.
사랑하는 형제자매 여러분, 오늘 하느님의 말씀이 우리 삶의 어떤 자리에 다가오고 있습니까? 주님께 은총을 청합시다. 언제나 그분의 말씀, 곧 이 씨앗을 잘 받아들일 수 있는 마음을 갖게 해 달라고 말입니다. 그리고 우리가 스스로를 열매 맺지 못하는 밭이라 느낄지라도, 낙담하지 맙시다. 오히려 주님께서 우리 안에서 계속 일하시기를, 우리를 더 나은 밭으로 만들어 주시기를 간청합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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